<스타크래프트2 자유의 날개>
스타크래프트2 자유의 날개(이하 자날)은 스타크래프트2 3부작 중 가장 먼저 발매된 게임입니다. 2010년 7월에 발매되었으니 벌써 햇수로 8년째에 접어드는군요. 처음 발매 당시에는, 블리자드 코리아가 실물 패키지는 유통하지 않고 오로지 온라인 디지털 다운로드만 서비스했기 때문에 스팀 처럼 구매와 플레이 방식이 비슷했습니다. 그 뒤에 유저들의 항의가 빗발쳤는지 구매자에 한해 배송비 3천원에 패키지를 구매할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패키지 안에는 와우 무료 이용권 몇 장이 들어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외에는 패키지에 별 내용물이 없었고 대신 인게임 스크린샷이랑 등장 인물, 설정이 겉면에 인쇄되어 있었는데 그런 방식의 패키지가 신선하긴 했지만 분량이 적어서 좀 아쉬웠었네요. 지금은 버리고 없지만 디3 패키지와 더불어 그게 마지막으로 소장했던 패키지가 됬군요.
<2007년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그 시연회 동영상>
<자날 캠페인 시작에도 쓰이는 영상이자 당시 공개된 이후 엄청난 열기를 일으켰던 영상>
기억으로는 위의 두 영상이 모두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첫번째 동영상 못지 않게 두번째 트레일러 영상 역시 당시 게이머들에게 주는 인상이 강렬했는데, 첫째로 상당히 고퀄리티의 그래픽이 사용되었단 점이 인상깊었죠. 당시 기준으로는 거의 실사에 가까운 영상이라 생각할 정도의 퀄리티여서 이 영상을 보고 스2에 대한 기대감이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근 3년동안.
두번째는 영상의 초반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동영상 내 언어에서, 그리고 후반부 남자의 입모양에서 볼 수 있는 한글화가 상당히 큰 주목을 받았단 점입니다. 한글화만 해줘도 감지덕지로 여겼던 당시 게이머들에게 음성 한글화는 어쩌면, 당연하면서도 당시에는 잘 찾아볼 수 없는 사례였습니다. 그런데 트레일러에서 많은 부분이 한글화가 되었단 점이 드러났고 여기서 상당히 많은 게이머들이 열광했었습니다.
게임이 스1의 후속작인 이상 전작과 강제적으로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는데 스1의 경우에는 한글 메뉴얼이 전부였습니다. 비록 유저가 만든 한스타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거듭되는 패치와 개발자의 작업 중단으로 맥이 끊긴 걸 생각하면 스2의 언어 및 음성 한글화는 당시 모든 스타 유저들의 간절한, 동시에 그것이 아주 어려운 일임을 인지하고 있던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짜잔! 언어와 음성의 완벽한 한글화가 이뤄졌군요! 심지어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동영상 내에서 영어가 등장해야 할 자리에 한글이 나오고, 등장인물의 한국어 대사에 맞춰 그에 알맞는 입모양까지 공개되며 당시 트레일러를 본 많은 이들이 블리자드의 꼼꼼한 한글화에 크게 열광했었습니다.
<2007년, 2010년에도 모두 어울리는 타이커스의 시작 대사 Hell, It's about time>
저는 래더 유저가 아닌 PvE를 즐기는 유저기에 싱글 캠페인 이야기로 넘어가보죠. 싱글 캠페인은 테란 중심의 전개에 프로토스 미션 몇 개로 이뤄져 있습니다. 저그 미션은 없고, 테란진영의 레이너가 되어 일을 진행하다가 프로토스 미션을 몇 가지 하는 식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레이너의 시점에서 케리건과 직접 대면하기까지 걸리는 과정이 담겨 있는 자날 미션인데, 당시 3종족 미션이 자날에 모두 포함된게 아니라 테란만 포함되어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그럼 앞으로 테프저 미션이 따로따로 발매되고, 그래서 3개의 게임을 모두 사야하는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결국 그게 현실이 되었죠.
엔딩을 보고 난 뒤에는 드는 기분은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굳이 각 종족 편으로 나누어야했나 하는 의문이 조금은 해소되기도 했었구요. 가와 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분기점 순간이 몇 차례 오지만 엔딩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고 당시로썬 그게 상당히 신선한 시도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작보다 더 발전한 캠페인 전용 유닛, 기술, 설정 등이 적용되어서 캠페인 깨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었죠. 4단계로 나뉘어진 난이도와 발전된 그래픽, 한글 자막 및 음성, 그리고 업적 기능이 게임을 여러번 플레이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죠. 끝으로 엔딩 영상에서 드러나는 복선이 사실은 게임 도입부의 영상에서부터 이어져온 복선이었기에 엔딩이 주는 임팩트가 어마어마했었습니다. 지금에와서 봐도 훌륭한 복선입니다.
개인적으로 자날의 이야기 진행은 거대한 서사시라기 보다는 레이너, 케리건에 초점이 맞춰진 진행이었기에 조금은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조금더 크고 웅장한(?) 이야기를 기대했었는데, 이야기 전개가 조금 미시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전작의 최종 보스급 악역이자 괴물인 케리건과 유래없는 전투를 벌이는 이야기가 미시적일 수가 없군요.
아무래도 이 점은 자날에 접어들면서 기술 발달로 인해 등장인물이 많아지고, 상호간의 대사가 대폭 증가하고 세심한 묘사가 가능해지면서 미시적으로 보이게 된 것 같습니다. 제라툴이 등장하면서 레이너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보여주고, 그 때문에 자날 미션의 초점은 자연스레 케리건으로 옮겨가는데 전작이 세력대 세력간의 싸움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작은 인물과 인물간의 상호 작용과 관계 변화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것 같네요.
자날 미션의 주인공 레이너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주된 내용은 뫼비우스 재단의 유물 모으기와 이어지는 케리건과의 대결 그리고 이번 작의 또다른 악역인 아크튜러스 맹스크와의 대립입니다.
전작 브루드워 최종 미션 이후, 레이너의 시점에서 첫번째 미션이 시작됩니다. 탈옥 이후 자신을 찾아온 옛 동료이자 친구인 타이커스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반란군 사령관 레이너에게 돈이 되는 껀수가 있으니 같이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합니다. 술독에 빠져 살던 레이너는 이 일을 계기로 고대 젤 나가 유물을 모으는 일을 진행함과 동시에 멩스크에 대항하기 시작합니다.
멩스크의 독재 체재에도 타격을 입히고, 유물도 완벽하게 모은 레이너는 이를 의뢰자인 뫼비우스 재단에 넘기기로 하는데 여기서 첫번째 반전이 드러납니다. 이 후 레이너는 케리건의 본거지인 차 행성으로 공격을 감행하는데, 온갖 역경을 뚫고 케리건과 단독으로 조우하는데 성공하죠. 그리고 두번째 반전이자 복선이 뙇!
유물의 힘으로 케리건을 제압하는데 성공한 레이너는 그녀를 안고 자신의 함선 히페리온으로 귀환하는것으로 자날 미션은 종료됩니다. 전작의 무시무시한 악역이자 대학살의 원인인 케리건을 죽이지 않고 단지 제압하는것으로 끝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날 최고의 수혜 캐릭터 타이커스>
<자유의 날개 엔딩 장면>
캠페인은 전반적으로 흠잡을데 없는 잘 만들어졌습니다. 상황의 진전도에 따라 등장 인물들간의 다양한 대화가 가능하고 이 때문에 게임에 더 몰입하게 되죠.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항상 효과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언제나 개인적인 감상으로 말하는 것이지만, 일단 레이너가 무력한 모습으로 등장하는것 부터가 몰입이 안되더군요. 왜 우울한 모습으로 등장하는지, 미션을 진행하는 와중에도 계속 술독에 빠져 사는지 충분한 설명이 없었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소설이나 다른 매채를 통해 접하게 되지만 게임의 홍수시대에 그런데 까지 신경쓰는건 충성도가 높은 코어 게이머들이지 보통의 게이머들이 아닙니다. 그래서 게임내에서 설명이 부실하거나 더 필요한 부분에선 몰입이 어려웠습니다.
일단은 전작 브루드워에서 케리건을 막지 못했고, 멩스크를 저지하지 못했으며, 오늘날 반란군 활동역시 지지부진하기에 레이너는 술독에 빠져 산다는군요. 그런데 인게임에서는 케리건 사진 보고 술 마시고 티비보고 총쏘고 하는게 전부라서 멩스크를 향한 증오는 알겠지만 케리건을 향한 마음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스타가 로맨스물이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제가 게임내 러브라인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긴 합니다.
일단 레이너의 목표는 게임을 통해 분명히 표현됩니다. 인간 시절의 케리건 사진을 수도 없이 들여다 보고, TV에서 멩스크가 나와 연설을 하면 언제나 분노하죠. 멩스크에 대한 복수를 언제나 꿈꾸고 있기 때문에 기운없이 늘어져 있다가도 이때다 싶으면 전투복을 입고 최선봉에 서서 단신으로 달려가 복수를 시도하는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는 평소의 무력한 모습과 훌륭한 대비를 이루기 때문에 그가 멩스크를 얼마나 증오하고 복수를 갈망하는지 아주 훌륭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케리건을 향한 레이너의 심정 부분에 대해선 딱히 할 말이 없군요. 맘에 드는건 아닙니다. 케리건은 전작에서 레이너의 친한 전우인 피닉스를 제거한 원수이고 칼날 여왕의 이름으로 무수히 많은 인명을 학살했습니다. 그런데 레이너는 언제나 인간 시절 케리건 사진을 들여다 볼 뿐이죠.
<무시무시한 악역 케리건. 하지만 레이너에겐 따듯한 연애대상일 뿐>
미션을 빠짐없이 진행하다 보면 케리건의 역할이 바뀌게 되어 읭?? 하는 순간이 오긴 합니다. 그런데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뭔가 어딘가 나사가 두어개쯤 빠진것 같고, 말로 콕 찝어낼 수 없는 그 무엇 때문에 좀 깬단 말이죠. 저렇게 위협적인 인물이지만 생각만큼 적대감도, 분노도, 그렇다고 공포나 아니면 다른 태도도 아니고... 마지막 미션에서 뜬금없이 등장하는 힘내 짐... 이건 거의 에필로그의 명대사와 비교할만한 뜬금포였습니다.
어쨌든, 이런점을 짚더라도 자날은 상당히 훌륭한 전개와 등장인물들의 흥미로운 이야기, 대사, 복선, 반전, 새로이 등장한 악역 등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잘 만든 게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3부작 중 가장 추천하는 작품이 있다면 자날을 꼽고 싶네요.
자날 캠페인에서 컷씬이 필요한 경우 두가지 방식으로 컷씬이 재생됩니다. 하나는 미리 제작한 실사에 가까운 동영상을 재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게임으로 구현해서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인트로 영상>
<뮤탈리스크와 교전중인 하이페리온>
<하이페리온 연구실에 진입하는 짐 레이너>
둘 다 좋았습니다. 동영상도, 인게임으로 구현한 컷씬도 모두 수준 높은 결과물이라 눈 호강하는데 아주 충분했죠. 다만 동영상 컷씬의 경우 FHD에 걸맞는 해상도는 아닌것 같았는데 이 점은 후속작에서도 개선되지 않아 상당히 아쉬운 점으로 남았습니다.
자유의 날개 원문은 Wings of liberty 입니다. 캠페인을 모두 완료해도 약간 아리송한게 이게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채기가 어렵더군요. 다만 제 짧은 생각으로는 자유의 날개가 제임스 레이너를 뜻하는게 아닌가 합니다.
우선은 첫번째 미션에서 레이너가 마 사라 행성을 자치령으로부터 약간이나마 해방시켰고, 이 미션의 이름이 바로 해방의 날입니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서 이야기해보면, 레이너가 토시와 호너앞에서 이런 맥락의 이야기를 합니다. 토시와 자신(레이너)는 혁명이 성공한 시대를 보지 못하겠지만 (자신은 목숨을 걸고 멩스크와 싸울 것이므로) 혁명이 성공한 이후에는 호너가 그 시대를 볼 것이고 이끌어야 한다 뭐 그런 맥락의 이야기 말이죠. 결국 레이너는 멩스크의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이 될 교신의 녹음본을 공개하는데 성공합니다. 안타깝게도 게임 내에선 이걸로 멩스크가 얼마나 큰 타격을 입었는지는 정확하게 묘사되지 않아서 알 길이 없지만, 어쨌든 반란군으로써 레이너는 한 건 올리는데 성공했고 어쩌면 이걸로 멩스크 휘하 많은 시민들에게 진실이 무엇인지 알리는데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게 해방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만, 조금이나마? 앞선 미션처럼 조금이나마? 영향을 줬을 거란 이야기죠. 대표적으로 자치령의 방송국 UNN의 메인 앵커 도니 버밀리온이 이 폭로 이후 심각한 정신척 충격을 받는 묘사가 있습니다. 사실 해방이랑 거리가 먼 예시지만 기억나는게 이것밖에 없네요. 이거 이외에는 그닥 해방, 자유와 연관된 묘사도 없었고...
두번째는, 케리건을 안고 차 행성을 떠나는 레이너의 뒷 모습입니다. 젤 나가의 유물을 이용해서 칼날 여왕을 제압하고 인간으로서의 케리건 형체를 어느정도 갖추게 하는데 성공한 건데 인터넷에 이런 이야기가 있더군요. 칼날 여왕 당시의 케리건은 자신의 자유 의지로 움직인게 아니라 스2 최종 보스의 지휘에 따를 뿐이었다고 말이죠. 그리고 젤 나가 유물, 그러니까 중추석의 힘으로 최종 보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케리건 입장에서 이건 자유죠. 여지껏 악역 보스가 시키는대로 살아왔다가 중추석 덕분에 지배에서 벗어나 자유의, 자유 의지를 갖게 된겁니다. 그런 케리건을 제임스 레이너가 품에 안고 걸어가는 장면이 자날의 마지막 컷씬인데 케리건 입장에선 레이너가 꼭 자유의 날개이고, 레이너가 캐리건에겐 자유의 날개가 되죠. 자신에게 자유를 주었고, 자신을 안고 걸어가는 모습이 꼭 자신의 날개가 되어준 모습이니까요.
케리건의 자유 의지, 최종 보스의 지배를 받는 다는 묘사는 조금 의구심이 가는 부분입니다. 일단 저는 확실하게 모르는 부분이고, 전작 브루드워 이후부터 자유의 날개 시점까지 케리건 역시 이리저리 고대 젤 나가가 남긴 예언을 찾아 다녔다는 작중 묘사로 보아 보스의 지배하에 있는데 그런 여정을 다닐 수 있나??? 싶습니다.
마지막 미션에서 뜬금포로 인간 시절 케리건 초상화가 등장하며 힘내 짐, 이런 대사가 뜨긴 하는데 이것까지 엮어서 보면 칼날 여왕 당시 케리건은 완전히 자유 의지를 갖고 있던건 아니고 어느정도 종속되어 있던것으로 보입니다. 전투에서 패퇴를 거듭하며 약해지면서 케리건이 내뱉는 대사인데 힘이 소진되다보니 비로소 속마음을 드러낼 수 있게 된거죠. 한마디로 말하자면 중추석이 케리건에게 자유를 가져다 주었을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제 생각엔 레이너의 멩스크를 향한 반란군 활동을 보고 자유니, 해방이니 언급하기엔 게임내 묘사도 불충분하고 멩스크 역시 크게 타격을 입은 것 같지는 않아서 그 쪽 보다는 케리건에게 자유를 주었단 의미에서 자유의 날개가 더 적절해 보입니다. 다만 Liberty의 뜻을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포스팅을 위해 자날을 다시 플레이하면서도 유추하지 못했던 그 뜻을 우연히 찍은 마지막 컷 씬으로 유추하게 되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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